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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사이키델릭; 블루>, 폐허 (발명) 이후의 예술

 

권시우 a.k.a 흔들리는 죠

 

지난 2016523일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시대정신:-사이키델릭; 블루>가 개막했다. 참여 작가들(강정석, 김정태+팀 프로그래시브, 루양, 밈미우, 백경호, 안성석, 이희향, 최진석)시대정신이라는 기획에 부합하듯 인터넷 (발명) 이후의 예술혹은 포스트 인터넷 아트로 범주화된 채 해당 전시에서 작업을 전개했다. 그러나 이때 괄목할 만한 지점은 포스트 인터넷 자체가 아니라, 그로부터 어긋나는 미묘한 방향성들에서 발생한다.

 

포스트 인터넷을 인터넷 (발명) 이후라고 직역했을 때 개념상의 외연은 불필요하게 확장된다. 기획자인 문선아가 전시의 서문에서 언급하듯 인터넷 보급 이후에 웹상에서 이미지 객체를 다루는 방식은 반드시 미술의 범주에서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00년대를 경유하며 보편화한 사용자 감각이다. 그러한 와중에 촉발된 넷아트net-art, 이를테면 데이터베이스 형식으로 산개한 과거의 잔해들을 무맥락의 특정성 속에서 재구성하는 베이퍼웨이브와 같은 전략은 다시금 짤방으로 압착된 채 데이터베이스로 수렴된다. 앞선 수순은 웹상에서 통용되는 이미지의 가속도가 어떤 식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이미지, ‘시대라는 경향성, 혹은 그로부터 도출되는 시각화의 전략 등을 짤방과 인터넷 밈의 세계로 우회시키는지에 대한 하나의 사례다.

 

밈미우가 727now!에서 전개한 <#1-7>부터, 본 전시에서 퍼포먼스 <CATALOGUED>3채널 기록 영상으로 제시한 <CATALOGUED: MEMEC>에 이르기까지 줄곧 고수하는 평면의 입상은 흡사 베이퍼웨이브의 아류인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개별 작업으로써 분별되기보다 대개 무대장치의 일부로써 삽입된다. 그러나 밈미우의 입상은 앞서 언급했듯 다시금 짤방 혹은 인터넷 밈으로 기록된 베이퍼웨이브 이미지를 현실공간에 투사함으로써, 한때 베이퍼웨이브가 지향한 8,90년대 미국 대중문화를 비롯해 출처 무효한 레퍼런스들의 (이질적인) 조합 자체가 불과 몇 년의 시차를 두고 단일한 객체로 굳어버렸음을 방증한다. 그 안에 더 이상 웨이브wave는 없다. 지난 커먼센터에서 진행한 <오토세이브: 끝난 것처럼 보일 때>에서 밈미우는 자신에게 할당된 방에서 아그리파 이미지의 입상과 주변의 폐허를 다각도의 프레임 속에 포착하게끔 유도하며 소위 ‘2.5D의 폐허를 연출한다. 달리 말해 베이퍼웨이브의 더미에서 크롭했을 뿐인 아그리파를 비롯한 이미지-객체들과 물리적 폐허가 등가로 무가치해지는 순간이다.


밈미우, <Acrobatic tetris>, installation, 2015. (http://miumeme.tumblr.com/)

 

이처럼 프레임 속에서 착시로서나마 연출되는 ‘2.5D의 폐허야말로 일련의 작업들이 지향하는 무맥락의 특정성이고 작가가 이중화된 공간, 이를테면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자신의 무대공간으로써 인위적으로 뭉개는 방식이다. 혹은 이때 ‘2.5D의 폐허는 특정 인물은 부재하되, 물리적 공간 자체가 데이터라는 필터를 먹인 채 업로드한 셀카 사진처럼 보인다. 관객이 휴대한 스마트폰 내장형 카메라가 정면성을 고수하면 폐허와 정확히 포개진 유사 베이퍼웨이브 이미지로, 어슷한 각도로 미끄러지는 순간 입상의 얄팍한 두께감을 노출함으로써 후경에 불과했던 폐허의 공간감이 부각되는 식으로 이미지, 무대, 공간 간의 위계가 실시간으로 뒤바뀌는 것이다. 그러나 <CATALOGUED>와 같은 작업이 퍼포먼스를 자임하며 그 안에 의도적인 서사와 인물(혹은 캐릭터)을 개입시키는 순간, 관객의 프레임에 의해 다각도로 형성됐던 이미지-공간은 서사의 구심에 떠밀려 한낱 무대로 전락하고 참여형 퍼포먼스라는 얼개만이 남는다.

 

앞서 언급했듯 <CATALOGUED: MEMEC>는 이를 3채널 형식으로 분별한 채 미세한 시차를 두고 상연한다. 실제 <CATALOGUED>에서 관객에게 요구됐던 수행적인 캐릭터들과 거리를 둔 채 3채널을 재고하면, 밈미우가 연기하는 익명의 서비스업 종사자는 1) CCTV를 연상케하는 2층의 관객 시점과 2) 무대와 어느 정도의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는 최적화된 관객(혹은 서비스 사용자) 시점과 3) 클로즈업 시점으로 포착된다. 이처럼 을 향한 시선들의 폭력에 기꺼이 노출되고자 하는 피사체의 나르시시즘적인 행위는 각각의 채널에 상응하는 LCD모니터 내부에서 개별 시점들 간의 거리감 차이와 무관하게 1)이 암시하는 CCTV 폐쇄회로의 패키지로 귀결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2.5D의 폐허라는 전제는 뉴미디어 판옵티콘의 시선을 통해 사회적인 권력 관계를 가늠하는 다소 뜬금없는 방법론과 대응되고 완전히 별개의 분기로 나뉜다. 이를 방증하듯 퍼포먼스에서 무대장치로써 구실했던 평면의 입상들은 <CATALOGUED: MEMEC>의 다채널 외부의 구석진 공간에 무성의하게 겹친 채로 방기되어있다. 이는 마치 퍼포먼스의 서사적인 구조체로써 온전히 구실하지 못한 이미지들이 LCD모니터 표면 외부로 튕겨져 나옴으로써 뒤늦게나마 폐허의 장력에 빌붙으려는 잔해들처럼 보인다.

 

이때의 폐허를 재고해보자. <시대정신:-사이키델릭; 블루>에서의 아마도예술공간은 유독 연출된폐허의 모습을 드러낸다. 3층 구조의 주택을 개조한 전시공간은 분명 통상적인 화이트큐브와는 거리가 멀지만, 철거된 들은 전시라는 행위의 목적성과 적절히 부합하게끔 구획되어있다. 문제는 본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간혹 공간에 드러나는 폐허의 속성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이다이를테면 강정석은 <Rare rare 2-headed Leatherback Lizard>에서 게임보이 카트리지 케이스를 압축된 익명의 전시공간 혹은 전시의 매개물로 상정하고, 이는 타인(문선아 기획자)의 자율적인 의도 하에 케이스 외부의 물리적 공간으로 재현된다.1) 그 결과 카트리지 케이스는 투명한 박스 안에 담긴 채 일종의 실행버튼처럼 방의 한 가운데에 놓여있고, 그로부터 입력된 (텅 빈)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소화한 듯한 블루 스크린이나 QR코드와 같은 장식적 요소들이 곳곳에 투사된다. 그러나 실상 관객이 그 사이에서 목격할 수 있는 것은 일말의 개연성이 아니라 미처 위장되지 않거나 못한 폐허다.


강정석, <Rare rare 2-headed Leatherback Lizard>, 일부

 

강정석은 본 작업을 부연하는 텍스트에서 자신이 종종 작업하고 식사하는맥도날드에 비치된 전기 콘센트매장 내 free wifi” 혹은 주문과 계산을 할 수 있는 매장 내 터치식 모니터등을 열거하며, 프랜차이즈 매장을 포함한 도시 내의 각종 구간들이 편의적인 방식으로 데이터 세계와 연결되어있음을 주지한다. 결국 <Rare rare 2-headed Leatherback Lizard>가 지향하는 것은 양자 간에 가로놓인 비가시적인 통로이며, 이를 유추할 수 있는 여지들을 (타인의 의도를 빌어) 전시공간에 무작위로 던지는 것이다. 그러나 개개의 여지들이 모두 구체화된 QR코드가 아닌 이상 관객은 방 혹은 공간 자체를 편의적으로 사용할 수 없고, 카트리스 케이지 내부에 백업된 가상전시는 완전히 별개의 영역에 위치하거나 향후 업데이트될 것이다. 달리 말해 가상전시-카트리스 케이지-물리적 공간이라는 임의적인 연속체에서 유일하게 감지할 수 있는 것은 마지막 구간뿐이다. 이로써 장식적 QR코드들은 물리적 공간의 표면에 나름의 방식으로 접촉했으나 그 이상의 통로로써 연장되지 못한 채 폐쇄된다. 이때의 끊어진 회로는 본의 아니게 피복이 벗겨진 전시공간의 회로, 즉 폐허의 단면과 대응된다.

 

앞선 맥락에서 이중적으로 교차하는, 혹은 그러기를 거듭 실패하는 회로는 본 전시에서 빈번하게 출몰한다. 특히나 최진석의 <Kakarot><Eyes on you>같은 작업들은 2D의 캐릭터를 현실계로 소환했을 때 조형물로써 미끄러지는 장면을 직접적으로 상연한다. 카카로트는 이제 고전이 된 지 오래인 토리야마 아키라의 만화 <드래곤볼>의 주인공이고, 흙으로 만든 카카로트의 조상은 벽돌을 어슷하게 쌓아올린 좌대 위에서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분무되며 점차 무너져 내린다. 반면 <Eyes on you>는 각종 일본 만화에서 채집한 눈의 형상을 덧씌운 전구들을 천장으로부터 무작위로 늘어뜨리고 있다. 양자는 특정 캐릭터를 “2차원 모니터의 관성을 유지한 상태에서 물리적으로 재현한 결과라기보다, 모니터 자체를 2차원과는 무관한 하드웨어로써 취급하고 일부를 뜯어낸 상해 부위를 조상의 잔해나 귤껍질, 늘어뜨린 전선 따위로 대체해버린 것에 가깝다. 마찬가지로 본 전시에 대한 가이드 역할을 하기 위해 번외로 설치된 듯한 <GIF>은 온갖 인터넷 밈과 짤방들을 CRT모니터 상에 상연함으로써, 최진석의 작업들의 역방향에서 2차원을 명시적인 하드웨어 속에 담아둔 채 재현의 시도 자체를 포기한다.


최진석, <Kakarot> / <My friend Dahmer> / <Eyes on you>, 전시 전경

 

김정태+팀 프로그래시브의 <NG>는 마찬가지로 2D에 천착하되, 그에 대한 물리적인 외압으로 작용하는 하드웨어를 방 혹은 큐브 자체로 설정한다. 이를테면 무녀복 코스튬과 피규어를 벽의 중앙에 안치하고 그 주위로 일본 서브컬처의 파본 격인 jpg이미지, 즉 지금껏 김정태가 반복 구사했던 픽셀 차원에서 열화되거나 파열된 미소녀 형상들을 배열함으로써 유사 제단을 연출하는 식이다. 이는 결국 2D를 경유한 일종의 레벨 디자인이다. 개별 작업의 미러 이미지는 jpg파일의 물리적인 표면을 상징하고 이는 필름지에 덧그린 아니메 장면과 그와 겹쳐 보이는 일본식 적등 조형물 같은 설치의 양태로 변주되지만, 전체상은 여전히 그들이 참여했던 <던전(Dungeon)> 프로젝트를 연상케한다. 그러나 인스턴스 던전이라는 개념을 빌어 구성했던 신생공간 연속체 모델과는 달리, <NG>의 큐브는 연결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부재하므로 철저히 닫힌 공간으로써 존재한다. 이로써 <던전(Dungeon)>복붙이 가능한 개별화된 모듈이 되었다. 본 전시에 해당 모듈이 이식됐을 때, <Rare rare 2-headed Leatherback Lizard>와 유사한 맥락에서 폐허의 단면은 하이퍼이미지와의 어긋난 회로로써 기능한다.


김정태 + 팀 프로그래시브, <덽NG> 일부 (Minor Image)


이처럼 잔해, 전선, 회로와 같은 요소들은 작업의 토대인 물리적 거점으로부터 굳이 포스트 인터넷의 사용자 경험과 접속하려고 했을 때 드러나는 공간의 외상이다. <시대정신:-사이키델릭; 블루>에서의 연출된 폐허란 결국 현실계의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 와해되는 포스트의 무분별한 방향성이 폐허 아닌 공간을 폐허로써 가리킬 때 주지되는 남루한 표면인 것이다. 작업의 다수가 이와 같은 역학을 지향할 때, 백경호의 레이어 회화와 이희향의 변신소녀물 서사와 같은 모의실험은 철저히 여분으로 남는다. 루양의 <LuYang Delusional Mandaa>와 안성석의 <순찰자>, <CCTV> 연작은 3D모델링을 통해 각각 디지털 아바타의 생애주기와 광화문 일대의 대체역사를 시각화하지만 연출된 폐허 속에서 일련의 작업들은 포스트 인터넷 아트에 대한 간략한 주석에 그친다. 이처럼 포스트 인터넷 담론 자체는 특정 작가 군을 세대화시키거나 이로써 시대정신을 귀납해내는 시도에서 별다른 호소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소위 스마트 환경에서의 경험치는 데이터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를 현실로 유출시키고자 했을 때 발생하는 간극 자체에서 축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의 간극은 언제나 물리적이다.

 

문선아는 전시 서문에서 세상은 매체화·프레이밍화 되고 디지털이미지는 현실이 되며, 이에 따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뒤죽박죽되어 때로는 현실과 가상, 주체와 객체가 혼동된다.”라고 언급한다. 우리는 앞선 문장을 읽으며, 혹은 스마트폰 디바이스를 통해 시대의 더미를 무분별하게 열람하며 실제로 현실과 가상, 주체와 객체가 얼마만큼 혼동됐는지 자문해볼 수 있다. 이를테면 안성석의 <순찰자>에서 관객이 서울의 재편집된 시퀀스 내부를 HMD를 쓴 채 배회하듯, 사용자는 현실의 어렴풋한 초점을 언제나 디지털의 환영으로 꿰맞추고 있는가? ‘2.5D의 폐허는 바로 그 0.5의 미세한 차이를 섣불리 더하지도 빼지도 못한 채, 혹은 그러한 셈을 의도적으로 유보하며 현실에 정주해있다. 실제로 현실은 증강되지 않았다. 밈미우의 유사 베이퍼웨이브와 김정태+팀 프로그래시브의 모듈화된 공간이 암시하듯, ‘포스트에 속한 작가들은 외려 공간을 물리적인 인터페이스로 환원한 채 그 안에서의 규칙들을 조형하고 있다. 디지털이미지는 점차 폐허의 해상도에 맞게끔 재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폐허를 경유하며 체득한 경험치는 인터넷이라는 단어만을 전면에 내세울 때 쉽사리 휘발되고 만다.


1) <Rare rare 2-headed Leatherback Lizard>는 지난 <굿->에서 강정석이 판매한 35점의 <case>, 즉 게임보이 카트리지 케이스로 압축된 전시모듈 중 일부를 문선아 기획자가 구매한 뒤 이를 물리적인 형태로 재현할 것을 작가에게 제안함으로써 성사된 프로젝트이다. <시대정신:-사이키델릭; 블루>에서 케이스가 전시로 펼쳐진 모습은 앞선 프로젝트의 일부로써 문선아 기획자가 임의로 재현한 ‘Case #2016’이며, 향후 강정석은 동일원본의 카트리지 케이스를 <피아방과후>라는 별도의 전시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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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pdanoc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