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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름다움은 더 이상 금지되지 않을 것이다.”1)

언니모자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여성 성기를 생각할 때 자궁을 포함한 골반 부위의 해부학적 절단면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남성 성기와는 달리, 여성 성기의 외양은 그다지 선명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 차이는 명확하다. 여성 성기는 생식을 위한 장소로 여겨질 뿐, 감각을 느끼고 움직이며 생동하는 실체로서 제시되지 않는다. 여성 신체의 시각적 재현물은 철저하게 남성의 시선을 의식2)하면서, 가부장적 관념 체계 안에서 만들어지고 유통된다. 이러한 형식과 경로들은 여성 신체를 바라보는 여성 자신의 시선3)까지 구속하며 재생산해낸다.

 

이러한 가운데 자궁도 질도 아닌 보지를 재현의 중심에 놓는다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는 여성의 성기가 태아가 머무르기 위한 장소도, 남성이 성감을 느끼기 위해 자신의 자지를 밀어넣는 구멍도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여성이 자신의 성에 있어서 주체적인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며, 또한 여성 스스로 자신의 성에 대해 직면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성의 성 기관은 신비에 싸여 있다. (…) 어린 소녀는 자신의 성기를 탐험해 보거나 성기를 이루고 있는 조직의 이름을 알아보거나, 또는 점액 분비나 발기 작용을 이해하도록 격려받지 못한다.”4)

 

여성주의 미술은 전략적으로 여성 신체에 대해 탐구함으로서 여성성에 대한 대안적 상을 만들어내려 시도했다. 여기서 보지의 이미지는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여 왔다.


구보티 시게코 <성기 그림Vagina painting>,1965년 / 캐롤리 슈니먼 <내밀한 두루마리Interior Scroll>,1975년


1965년 구보타 시게코가 성기 그림Vagina painting’, 1966년 니키 드 생팔이 hon’, 1968년 모니카 스주가 출산하는 신God giving birth’, 1971년 주디 시카고가 붉은 깃발Red Flag’을 발표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각각의 작품들이 소개되는 공간에서 큰 논란과 마찰들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973, 주디 시카고와 미리엄 샤피로는 자신들이 설명하고 있는 이미지를 단순히 질 혹은 자궁의 미술로 보지 말고,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진행된 여성 신체의 평가절하를 전복하기 위한 틀을 제공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5) 1972, 한나 윌케는 자신의 작품 S.O.S에 대해 사람들은 여성의 기관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것을 두려워한다.’라고 진술했다.6) 1975, 캐롤리 슈니먼이 자신의 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어 여성 작가에게 가혹한 예술계에 비판적인 내용을 읽어내려간다.7) 1976년 바바라 해머는 다중적 오르가슴에서 자위 행위 중에 있는 보지의 모습과 동굴 내부의 이미지를 병치시켜 보여준다.8) 1979년 캐서린 엘웨스가 월경Menstruation’을 발표하는 등, 보지 이미지는 출산과 월경 및 여러 가지 신체 작용들과 병행되기도 하고 여성성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으로서도 활발하게 시각화된다. 19924회 카셀도쿠멘타에서 존 리어나드가 무제Untitled’ 라는 이름으로 18~19세기의 여성 초상화들 옆에 보지를 클로즈업한 사진을 배치하였고, 2014년 드보라 드 로베리티스는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앞에서 자신의 보지를 열어젖히고 앉아 퍼포먼스를 진행9)하기도 하는 등, 보지에 대한 시각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진 1970년대 이후에도 보지에 대한 언급은 꾸준하게 있어 왔다.


*1) “메두사의 웃음Le rire de la meduse”, 엘렌 식수Helene Cixous, 1971. (L’arc, 1971) 39~54.

[미술과 페미니즘], 헬레나 레킷 엮음, 미메시스 펴냄. 205~206쪽에서 재인용.

*2) “여성은 언제나 남성의 구경거리가 되어 유심히 주시되고 시선을 받는다. 그러나 실제로 여성은 전혀 그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행렬은 여성과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모든 것은 남성과 관계가 있다. 실제로 나타나는 것은 언제나 남근이다. 여성은 남성이 자신의 나르시시즘적 환상을 투사하는 무대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시각적 쾌락과 서사 영화Visual Pleasure and Narrative Cinema”, 로라 멀비L.Mulvey. (Screen, 1975) [여성·미술·이데올로기] 로지카 파커, 그리젤다 폴록 지음, 시각과 언어 펴냄, 171쪽에서 재인용.

*3) “여성은 항상 자기 자신을 주시해야 한다. 그녀는 언제나 자신의 이미지에 영향을 받게 된다. 방을 서성일 때 또는 부친의 사망으로 눈물을 흘릴 때, 그녀는 걷고 있는 자신이나 울고 있는 자신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릴 때부터 그녀는 자기 자신을 응시하는 것을 배웠고 설득당해왔기 때문이다. ...남성은 여성을 본다. 여성은 보여지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본다. 이것은 남녀간의 관계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여성의 자신에 대한 관계도 결정해버릴 것이다.” [이미지ways of seeing] 존 버거 지음, 동문선 펴냄. 83-84.

*4) “Sex”,저메인 그리어Germaine Greer, (The Female Eunuch,1970) 48~57. [미술과 페미니즘], 헬레나 레킷 엮음, 미메시스 펴냄. 202쪽에서 재인용.

*5) “여성 이미지Female Imagery”, [여성, 미술, 사회], 휘트니 채드윅 지음, 시공아트 펴냄. 444.

*6) [여성미술사회], 휘트니 채드윅 지음시공아트 펴냄. 454.

*7) “내밀한 두루마리Interior Scroll” ‘...슈니먼은 자신의 질 속에서 두루마리 하나를 천천히 꺼내어 거기 쓰인 글을 읽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우리는 동등하게 친구일 수는 있지만 동등하게 예술가가 될 수는 없어나는 이렇게 대꾸했다우리는 동등하게 친구가 될 수 없으며 따라서 우리는 동등하게 예술가가 될 수 없다고... > <그가 자기는 여류 조각가와 살아 봤다고 나에게 얘기하기에 내가 물었다그럼 나는 여류 영화감독이 되는 건가아냐그가 대답했다우리는 당신이 댄서라고 생각해.>’[미술과 페미니즘], 헬레나 레킷 엮음미메시스 펴냄. 82.

*8) “다중적 오르가슴Multiple Orgasm”, 1976, 16mm 영화, 6분 30무성. ‘<여자, (뤼스)이리가라이에 따르면 두 개의 음순을 가진 여자는 이미 둘이다그 둘은 계속해서 서로 자극하고 포옹하며 하나씩 따로 분리될 수도 없다너무도 시적인 이 생각은 내 욕망을 더욱 굳혀 주었다. ...>바바라 해머작가의 말, 1990’ [미술과 페미니즘], 헬레나 레킷 엮음미메시스 펴냄. 103.

*9) 유튜브에서 관련 영상을 찾아볼 수 있다. ‘Artiste Deborah de Robertis au musée d'Orsay’

 

한국의 경우, 20009월 말,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그룹 입김아방궁 : 종묘점거 프로젝트를 진행하려 했으나 전주 이씨 종친회 등 유림들의 폭력적인 반대로 무산된다. ‘입김은 가슴과 보지 등 여성 신체 부위를 본따 만든 쿠션을 마음대로 껴안고 드러눕거나, 자궁에서 보지까지의 길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하거나, 보지와 자지 형상이 새겨진 뽑기를 따 먹어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작업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림들은 근엄한 종묘더러운 자궁으로 모독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작품들을 거침없이 훼손했다. 이 상황에 대해 비판은커녕 한국식 페미니즘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한국 페미니스트들에게 왠지 모를 반감을 갖게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이런 류의 돌출행동"이라며 훈수를 두는 이10)도 있었다.


이후 입김측은 여성단체 및 문화예술단체와 연대하여 1029일 종묘시민공원에서 여성문화축제를 치르고 거리행진을 진행했으며, 이 모든 과정은 아름답고 방자한 자궁(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다큐멘터리11)로 만들어져 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에서 상영되었다.


'아방궁 : 종묘점거프로젝트' 중 현장의 치마 설치 작품, 2000년

 

"아직 하나의 인간이 되기 위해 투쟁해야 하는 한, 여성이 창조자가 될 수는 없다."12)

 

이와 같이, 보지를 다루려는 시도는 언니모자13)의 작업이 처음이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다. 언니모자에서는 628일 서울시청광장에서 열릴 퀴어문화축제에서 보지색칠놀이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보지색칠놀이책에 들어가는 보지 이미지는 여러 방식의 홍보를 통해 실제 여성들이 보내준 사진들을 참고하여 제작되었다. 이러한 프로젝트 진행은 많은 여성들이 보지를 갖고 있지만, 그 생김새는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여성의 보편성과 개별성에 대해서 탐구할 때 보지는 썩 괜찮은 오브제로 작동하고는 한다. 또한 보지 모양의 쿠키를 구워 직접 아이싱 과정을 거치도록 하는 나만의 보지쿠키 만들기 워크숍을 진행하는 등, 언니모자는 보지라는 존재를 여성주의적인 방식으로 시각의 장으로 불러내, 보지를 둘러싼 부정적 함의들을 소거하고 대중에게 좀 더 친숙한 것으로 만들기를 원한다.

 

보지를 다루면서 흥미로운 점은, 보지를 단지 오브제로만 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보지는 당연하게도 살아 있기 때문에, 그리는 내내 구멍이 좁아졌다 넓어졌다 옴죽거리고, 주름을 움찔거리며, 액과 피를 내보내기도 한다. 한 순간 포착했다 싶으면, 다음 순간 이미 달라져 있다. 이러한 생동성에 대해 탐구하고자 하는 것은, 보부아르가 비판했던 지점과는 또 다르게 하나의 인간이 되기 위해 투쟁하면서, 창조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시사점을 던진다.


여성이라는 범주에 가해지는 폭력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여성이라는 범주에 대해 끊임없이 다시 묻고, 갱신하는 것은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보지는, 여성 스스로가 자신의 신체를 들여다보면서 다른 여성들과 공통점과 차이점을 확인해보고 더 넓은 여성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에서 움직여나가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동할 수 있다.


추신) 예술고등학교 미술반, 미술대학, 미술관 등 미술을 다루는 기관 어디라도, 여성주의미술사 강의 정착이 시급합니다. 여성주의미술사 강의 얼른 예산 확보하고 수업안 기획하고 일정 짜고 강사 섭외하세요. 급해요,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10) “번지수를 완전 잘못 찾았다구요? 당신의 인생에서 여자는 무엇인가” 2000.10.04. 오마이뉴스.

*11) “아름답고 방자한 자궁(아방궁 종묘 점거 프로젝트) The Beautiful and Bold Womb”. 김명진, 제미란. 12, 2001.

*12) ‘... 더욱이 버지니아 울프가 우리에게 보여 주었듯이, 제인 오스틴, 브론테 자매, 조지 엘리엇 등은 외부의 구속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너무나 많은 에너지를 부정적으로 써야 했으므로, 막대한 자유를 지닌 남성 작가들이 출발하는 바로 그 단계에 그토록 숨 가쁘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그 승리로 이득을 취하고 그들을 옭아매는 그 모든 밧줄을 끊을 만큼 충분한 힘이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 [2의 성Le Deuxieme Sexe],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피에르 드메니Pierre Demany에게 보낸 편지. 1871515. [미술과 페미니즘] 193-194쪽에서 재인용.

*13) 여성주의 콜렉티브. 가장 빠른 소식을 twitter.com/sisterhat에서 접하실 수 있으며, 연락은 sisterhat@gmail.com으로 부탁드립니다



언니모자 '보지색칠놀이책' 도안 일부, 언니모자 트위터(@sisterhat) 발췌


언니모자 '보지쿠키' 일부, 언니모자 트위터(@sisterhat)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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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ipdanoc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