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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관> 코멘터리 - 장식화된 세계에서 장식-되기를 수행하며 비()장식이 되는 '굿즈'의 매체적 전환

 

권시우


취미관 TasteView 趣味官> 전경 (출처 : '취미가 趣味家' 트위터 공식 계정, @tastehouse_info)


올해로 2회 째인 <취미관>은 전시공간인 취미가의 주력 프로그램이다. ‘취미가는 현재 2층 공간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일련의 전시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본래는 굿즈를 판매하기 위한 1층의 작은 상점으로 시작된 공간이다.1) 굿즈라는 형식은 (지금은 다소 모호해진) ‘취미가의 정체성을 대변하며, 그런 의미에서 <취미관>취미가의 운영진들의 기획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행사 혹은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성행한 만다라케와 렌탈 케이스의 형식을 참조해 제작한 유리 케이스, 굿즈들을 진열하기 위한 정방형의 좌대와 그것들의 배열에 의해 구획된 다소 이색적인 공간은, 확실히 <취미관>이 기존의 아트 페어와는 달리 관객에게 작업 소비와 유기적으로 연결된 어떤 특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때의 특정적인 경험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굿즈와 통상의 미술 시장에서 거래되는 작업과의 차이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하며, 이로써 굿즈는 상품이면서도 상품화의 방식에 온전히 부합하지 않는 특별한specific 대상이 되고, <취미관>은 그것들을 위한 유사 무대로 기능하면서 우리를 (소비자이기 이전에) 전시의 관객으로 호명하고, 또 초대한다.

 

그러나 <취미관>이 지향하는 전시경험은 다소 모호한데, 유리 케이스는 그것의 전사前史라고 할 수 있을 일본 서브컬처의 맥락을 가시화하기엔 지나치게 중립적인 공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때 <굿->에서의 굿즈가 다양한 경험들을 매개함으로써 신생공간의 시기에 돌출된 시간의 특이성을 재현한 데 반해, <취미관>의 배후에는 더 이상 신생공간과 연루된 공동의 경험이 부재하며, 그렇기 때문에 굿즈는 더더욱 독립적인 대상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제 굿즈는 방법론 차원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맥락을 필요로 하는데, <취미관>굿즈로 인해 발생하는 변수들, 즉 참여 작가들이 굿즈를 해석하는 방식의 다양성에 의존할 뿐, <굿-> 이후에 어떤 새로운 미적 경험을 연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 결여돼있다. 즉 작업들은 분명 다양하게 재생산되지만, 그것들이 왜 굿즈라는 형식을 경유했는지에 대한 별다른 이유가 없다. 이로써 굿즈는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중립적인 공간 안에 진열된 채 상품의 카테고리로 대상화된다. 취미가라는 기획이 이제 얼마간 익숙해진 굿즈의 외형에 적당히 부합하는 작업을 수주하는 판매 플랫폼으로 귀결되지 않기 위해선, 지금보다 능동적으로 작업적인 역량을 과시하며 관객-소비자와의 접점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 굿즈라는 방법론의 특정성을 재고해야한다. ‘굿즈는 단순히 판매에 용이한 미니어처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얼마간 장식이 될 수밖에 없는) ‘굿즈의 제약을 기꺼이 수렴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작업에 함축된 장식성이 다소 이질적으로 외화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이번 <취미관>에서 김혜원이 제시한 굿즈들은 작가가 그간 회화를 통해 묘사한 서울의 어떤 골목길이나 지하철 풍경이라거나, 화장실 구석이나 평소에 먹는 음식 등 도시 풍경 안에 포함된 것들2)의 이미지를 토대로 만든 작은 사이즈의 부조 작업들로 구성된다. ‘굿즈를 포함한 김혜원의 작업에서 중요한 전제는 결국 이미지인 셈인데, 이때의 이미지란 대개 작가에 의해 직접 촬영된 스냅snap샷을 의미하며, 그것을 원본 삼은 회화 작업들은 외관상의 특별한 변형을 가하지 않은 채 원본-이미지를 회화적으로 전사轉寫한 것처럼 보인다. 다소 단조롭게 느껴지는 방법론이지만, 그 결과물들이 회화의 일반적인 배치, 즉 수직적인 면에 부합하는 대상화된 위치에서 벗어나, 바닥과 벽면, 그 사이의 다양한 틈새들을 점유하고 있는 풍경(<Under the Circular>)은 마치 (데이터로 존재할 뿐인) 풍경의 스냅샷들이 회화를 매개로 미적 사물이 되어 현실상에 진열된 듯하다. 즉 김혜원은 회화적 효과가 사진의 픽셀값과는 다른 색채, 무엇보다 질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 채, 원본-이미지를 굳이 회화로 만듦으로써 그것을 중력의 관계에 포함될 수 있는 물리적인 대상으로 환원하고, 때때로 공간의 구조와 조응할 수 있는 장식으로 스스럼없이 소비한다.


김혜원, <Under the Circular>, 전시 전경, 홍익대학교부속중학교, 2015 (출처 : 황재민(2/W), <Painters by Painters>, 111p)

 

그러나 김혜원이 주어진 공간을 회화-장식으로 점유해나가는 방식에 선행하는 것은, 일상의 풍경을 어떤 식으로든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와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이다. 습관적으로 찍는 스냅샷은 풍경을 발췌해 의 데이터베이스 속에 포함시키는 일에 다름 아니며, 그 중에 각별한 장면을 선별해 회화로 만드는일은, 그 결과물이 회화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수렴함으로써 (단순히 평면상에 전사轉寫된 이미지가 아닌) 미적 사물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서 기인한다. 그것은 온전히 작가 자신에게 귀속된 일상의 단면일 뿐만 아니라, 미적으로 승인된 고유한 소유물인 셈이다. 이는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특정한 사진 이미지에 회화적 필터를 추가/삽입하는 것과 같은 가상 차원에서의 선택이 아니라, 어떤 수공예적인 감각에 기반해 사용자의 이미지를 물화시킨 시도이기도 하다. (작가의 손에 의해 구현된 회화적 효과는 회화적 필터와 동의어가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를 둘러싼 일상 풍경은 회화를 매개로 미적 사물을 구현하기 위한 재료들, 이를테면 장식적인 표면들의 총합으로 주어진다. 이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와 동화된 사용자가 주변을 인식하는 감각과 유사한데, 김혜원은 그러한 감각에 얼마간 편승하는 한편, 원본-이미지의 가상성에 의해 유지되는 거리감을 해소하기 위해 선뜻 회화를 개입시킨다. 결국 작가에게는 회화가 미적 사물이 되는 데서 발생하는 특이성 자체보다, 원본-이미지가 (회화를 매개로) 미적 사물이 됨으로써 자신의 소유의 감각을 확증하고, 그 결과물들을 사적인 컬렉션의 목록에 추가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이번 <취미관>에서 제시한 굿즈연작들, 즉 원본-이미지를 재현한 회화의 프레임을 고스란히 복각한 듯한 일련의 부조 작업들은, 이미지에 촉각성을 더함으로써 장식적인 표면에 대한 소유의 감각을 보다 전면화한다. 그것들은 대개 작은 사이즈로 축약되어 반투명 케이스에 담긴 채 포장돼있으며, 이는 작가가 선별한 이미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소유 가능한) 사물로 거듭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때 미적이라는 전제는 공란으로 남는데, 여전히 회화적 효과는 일련의 작업들에 일관되게 적용되지만, 그것은 원본-이미지와 변별되기 위한 어떤 미적인 가치에 호소하는 게 아니라, 한갓 사물로 외화한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특이한 장식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뿐이다. 애초에 회화를 통한 미적 사물-되기란 작가가 일상의 풍경을 소유하기 위한 도구적 장치에 가까웠고, 그로 인해 기존의 회화 작업에 반영된 이미지는 앞선 과정에서 비롯한 잔여로서, 이미 (다소 공허한) 장식으로 존재했다. 달리 말해 회화적 이미지는 일종의 스킨skin에 불과하며, 그것은 얼마든지 작가의 편의에 따라 물리적으로 주조될 수 있는 셈이다. 김혜원은 그 결과물을 반투명 케이스로 포장해 하나의 소품으로 완성함으로써, 본래 작업에 내재돼있던 장식성을 한층 과장해 보인다. 이처럼 김혜원의 회화는 종내 장식적인 사물, 이를테면 미니어처-소품으로 거듭난 채 <취미관>의 유리 케이스 안에 비치되고, 작가는 이를 통해 자신이 체감하고 있는 소유의 감각을 일련의 소비자-관객과 공유하고자 한다.


김혜원, '들고 다닐 수 있는 부조' 시리즈 일부


이처럼 김혜원의 굿즈에서 극대화된 장식성은 기존의 작업에서 구현된 회화적 스킨skin의 배후에 있는 문제들, 이를테면 사적 소유라는 범주 내외에서 변화하는 이미지의 현존성을 상기시킨다. 반면 최하늘의 굿즈는 그저 장식이 되는 것만으로 충분해 보인다. 작가는 <취미관> 이전부터 장식의 문제에 천착했는데, 이를테면 이전의 개인전 <카페 콘탁트호프 Cafe Kontakthof>는 전시장을 카페와 유사한 무대로 연출하며, 현실에서 무분별하게 재생산되는 대개 원본과 유사한 가짜이자 취향의 데이터베이스로부터 무작위로 발췌한 장식들의 혼란상을 반영하고, 해당 공간이 과시하는 장식성과 자신의 병풍 연작을 극적으로 대비시키며 현실 내에서의 조각의 위상을 재고했다.3) 이를테면 병풍 연작은 실내에 배치되기 위한 물건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하지만, 그것들은 대개 작가가 망상 차원에서 랜더링한 이질적인 덩어리들의 집합으로서, (카페를 지향하는) 유사 무대의 카테고리에 수렴되기를 거부한다. 무엇보다 일련의 덩어리들은 대개 절삭된 채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단면들을 드러내는데, 이를 통해 유사 무대를 구성하는 장식적인 표면과는 상반된 조각 오브제로서의 질량을 암시한다. 최하늘이 <취미가>에서 제시한 굿즈들은 분명 본 전시가 전제하고 있는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지만, 장식과 변별될 수 있는 여지를 모색하기보다, 오히려 조각이 장식을 연기하게끔 유도하고, 이를 굉장히 과장된 방식으로 수행하며 여타 굿즈들 사이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최하늘, <카페 콘탁트호프 Cafe Kontakthof>, 산수문화, 2018 (출처 : '산수문화' 공식 웹사이트, http://sansumunhwa.com/choi-haneyl/)

 

최하늘의 굿즈목록을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망가진) 아이폰과 다이슨을 위한 유골함, ‘Chasers Repackage Album’이라는 (존재하지 않는) CD의 모형, 로버트 고버Robert Gober를 패러디한 자신의 다리 일부, 메피스토펠레스의 틴더 프로필, 기타 등등. 그것들 사이에서 조형 차원에서의 일관된 맥락을 유추해내는 일은 무용할뿐더러, 의미론적으로 독해될 만한 여지도 딱히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그것들은 알레고리적 대상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각각의 작업들은 (아이폰/다이슨, CD, 로버트 고버, 메피스토펠레스와 같은) 상징들을 내세워, 자신에게 어떤 의미 혹은 내러티브가 함축돼있다고 넌지시 주장한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은 관객-소비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한갓 제스처일 뿐이다. 일련의 상징들은 사실 아이폰/다이슨을 추모하는 것과 같은 부조리한 상황을 발생시키기 위해 동원된 가짜에 불과하며, 그러한 맥락에서 설사 로버트 고버와 같은 조각사의 한 챕터를 상기시킨다 하더라도, 해당 굿즈에서 역사적 진정성과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가짜 상징들은 개별 작업들을 극화시키는 동시에, ‘굿즈에 의해 연출된 장면 이외에는 내러티브 차원에서의 어떤 지속성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런 의미에서 일련의 굿즈들은 가짜 상징이 자신의 무용함을 (부조리한 상황 내에서) 극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고안된 장치들이다. 이는 알레고리라는 형식이 이제 조각이라는 매체와 무관하다는 농담 섞인 응수일 뿐만 아니라, 알레고리적 대상이 되기를 실패하면서 결국 모든 것이 장식이 돼버리는 순간을 연출한 결과이기도 하다.


최하늘, <St. Shin's figure> (출처 : '취미가 趣味家트위터 공식 계정@tastehouse_info)


최하늘, <아이폰, 다이슨의 유골함> (출처 : '취미가 趣味家트위터 공식 계정@tastehouse_info)


결국 조각이 장식을 연기한다는 것은, 심지어 그것을 과장된 방식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조각에 내재된 모든 함의를 소거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이때의 함의란 의미론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조각으로서의 자기 완결성 또한 포함한다. 최하늘의 굿즈에서 (가짜 상징을 둘러싸고) 연출된 극적인 순간이 단지 일시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조각은 조각이 되기보다 소비자-관객에게 포착되기에 적합한 그럴듯한 이미지가 돼야한다. 그러므로 일련의 작업들은 존재하지 않는 내러티브를 함축한 채 기이한 포즈를 취하고 있으며, 우리가 더 이상 섣불리 의미론적 독해를 시도할 수 없는 한, 그것들은 단지 자신의 장식적인 표면만을 과시하고 있을 뿐이다. 달리 말해 스포트라이트 안에서 전개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조각은 단지 망가진 알레고리적 대상으로서 (정지 혹은 중단된 채로) 자신을 스킨skin으로 소비하기를 유도한다. 앞서 김혜원이 사용자의 에 의지해 일상 풍경을 장식적인 표면의 총합으로 재구성한 것과 유사하게, 최하늘의 세계관에서 모든 것은 장식적인 표면으로 소비될 뿐 그것들 간에 별다른 인과관계는 없다. 그러므로 최하늘의 굿즈는 단순히 조각이기를 포기한 결과가 아니라, 조각이 온갖 장식들로 구성된 얄팍한 현실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자신의 장식적인 표면을 도출해내고, 더불어 장식들 사이에서 스스로를 가장 효과적으로 피력할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그러한 과정은 자연스럽게 <카페 콘탁트호프 Cafe Kontakthof>의 전략과 공명하며, 장식성의 문제에 대처하는 조각에 대한 하나의 일화로 기능한다.


최하늘, <CHASER's repackage album Fluorescent(출처 : '취미가 趣味家트위터 공식 계정@tastehouse_info)


최하늘, <Tinder profile> (출처 : '취미가 趣味家트위터 공식 계정@tastehouse_info)

 

이처럼 김혜원과 최하늘, 두 작가가 굿즈를 통해 굳이 장식-되기를 적극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애초에 굿즈가 특정한 미적 형식으로 주어지기보다, 단지 장식으로서 디스플레이되고 소비될 뿐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그러나 굿즈의 장식성은 단순히 상품화의 논리적인 귀결로 그치는 대신, (작업을 포함한) 모든 것들을 장식으로 인식/인지하는 사용자의 에 의해 극대화된다. 이를테면 사용자-주체는 자신이 대면하는 세계를 현상학적으로 경험하기보다, 스마트폰의 사진술을 체화한 으로 대상들을 포착하고, 그로부터 파생된 이미지들을 실시간으로 재조합함으로써 자신만의 세계상을 구성하며, 그 과정에서 현실을 오로지 시각적인 컨텐츠로 소비하면서 장식 과잉의 세계를 추동한다. 미술 또한 그와 무관하지 않은데, 제 중요한 것은 자신의 내적인 맥락을 ()합리적으로 시각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용자-주체와의 관계에서 비롯한 장식성에 특정성을 부여해, 매체를 불문하고 스스로를 (장식적인 표면으로서의) 이미지로 재구성해내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굿즈는 장식화의 흐름에 저항하기보다, 스스로를 미술 상품인 동시에 엄연한 2차 창작의 산물로 제시하며, 1차적으로 형성된 작업의 고유한 맥락을 소비자-관객에게 피력할 수 있을 만한 장식으로 외화시킬 수 있는 여지들을 모색하게끔 유도한다. 이때의 2차 창작이란 원본으로서의 대상을 순전히 스킨 차원에서 도해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로 사용자-주체의 감각을 반영한다.

 

결국 모든 것이 이미지로 종합된다는 점에서, 이제 매체 간의 경계는 갈수록 모호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경험적인 차원과 별개로, 각각의 미디엄은 서로 상반된 방식으로 장식적인 표면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여전히 나름의 독자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 특정한 매체를 활용한다는 것은 그에 부합하는 스킨을 도출해내기 위해서 수반되는 문제들을 가시화하면서 매체의 특정성을 (사용자-주체의 관점에서) 재편하는 과정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모호한 매체 간의 경계를 다시 구획하는 게 아니라, 동질화된 이미지 경제 내에서 각각의 매체들의 속성이 서로 교환되고 합선되는 과정을 가늠하는 것이다. ‘굿즈는 그러한 과정을 가속화하는 한편, 일련의 장식들 사이에서 어떻게 차이들을 재생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되묻는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작업의 외형 차원에서의 다양성의 문제로 해소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앞선 두 작가는 굿즈를 통해 기존에 활용하던 미디엄을 사용자의 에 노출시키며 의도적으로 대상화할 뿐더러, 각자의 작업 메소드를 토대로 장식성의 문제에 대응하면서 작업이 스킨 차원에서 인식/인지되는 상이한 국면들을 연출했다. 결국 굿즈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 그것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장식으로 소비될 수 있게끔 조형된 대상이라는 사실, 즉 나름의 조형 원리에 따라 장식을 의태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주지하는 것이다.

 

주지하듯 굿즈는 명확한 상품 가치가 부여된 작업들의 범주가 아니므로, 일련의 소비자-관객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과정에서 그것의 다소 모호한 위상에 대한 질문들을 꾸준하게 제기한다. 그것은 분명 신생공간 당시에 고안된 작업의 형식이지만, 지금 시점에서 신생공간이라는 근과거를 의식한 채 굿즈를 소비하는 사람은 아마 드물거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소비자-관객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굿즈를 소비하는 것일까? 또한 <굿-> 이후에도 계속해서 굿즈를 생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미관> 혹은 취미가라는 기획은 향후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앞선 질문들에 어떤 식으로든 응수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굿즈는 신생공간의 맥락과 무관하게, 여전히 유효한 화두다. 무엇보다 그것의 존재는 장식들로 둘러싸인 세계에서 (미술을 경유해) 장식과 흡사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재고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일련의 굿즈들 사이에서 유독 사용자-주체의 이목을 끄는 특정한 굿즈는 그러한 의제를 보다 심화한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포토제닉한 작업에 대한 수요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장식적인 표면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변형되는 작업/미디엄의 구조를 가시화하는 문제에 가깝다. 이처럼 굿즈의 발단과 무관하게, ‘굿즈는 방법론 차원에서 점차 확장되고 있으며, 그와 연루된 문제들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취미관>이 한편의 전시로서 전제하고 있는 미적 경험은, 사용자-주체가 내면화한 시각성을 활성화할 수 있는 장치로서 굿즈를 활용할 때 비로소 구체화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굿즈는 신생공간에 대한 기억을 애써 상기시키는 근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자신만의 고유한 맥락을 구성하며 비로소 작업이 돼야한다. ‘취미가의 발단은 <굿->를 통해 확보했다고 상정된 가상의 소비자-관객 군에게 적절하게 (‘굿즈를 매개로 한) 미술을 판촉하기 위해 고안된 판매 플랫폼이고, ‘굿즈의 유통 판매를 보다 활성화함으로써 취미가라는 복합적인 공간의 토대를 확고하게 정립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굿즈에 대한 수동적인 생산/소비가 정착한다면, <취미관>을 포함한 취미가의 기획은 점차 (‘굿즈가 어떤 함의를 지니고 있건) 기존의 아트샵/아트 페어의 변종 정도로 소비될 것이다. 만약 그런 식으로 취미가가 제도와의 애매한 접경지대에서, 마찬가지로 애매하게 제도화된다고 했을 때, 혹은 그러한 의심의 여지들을 더 이상 신생에게 부과되는 열악함의 문제만으로 무마할 수 없다고 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기존의 미술 시장과 <취미관>을 비롯한 <PACK>과 같은 굿즈기반의 프로젝트와의 관계에 대해서 재고할 수밖에 없다. 그것들은 얼핏 미술 시장과 관련된 제도의 불충분함을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처럼 보이지만, 사실 기금에 의존하는 전시와 유사한 일시적인 이벤트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제도의 외부에서 독립적인 경제를 구축하는 일은 요원해 보인다. 그러므로 굿즈기반의 프로젝트는 미술 시장으로부터 소외된 젊은 미술가들의 실질적인 작업 판매를 굿즈라는 작은 물건들로 구성된 지엽적인 경제로 해소하며, 결과적으로 현상 유지에 기여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굿즈가 작업이 돼야한다는 것은, ‘굿즈에 대한 경험이 미술을 둘러싼 경제 논리에 의해 조성되는 불공정한 사각지대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의 가치를 재설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생공간의 시기는 비록 만료됐지만, ‘굿즈를 비롯한 신생공간에서 비롯한 잔여들은 여전히 산개해있고, 우리는 그것들로 우리에게 최적화된 시간을 만들어야한다.

 

1) 피아방과후, <대화: 굿-(GOODS) 2주기(週期)>(https://pia-after.com/?p=609)에서 발췌. "(...) 젊은 작가의 작업, 전시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사람들이 안심하고 작업을 관람하고, 마음에 들면 구매하여 자신의 공간에 향유할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랬죠. 그래서 현재 운영진과 함께 취미가를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취미관 같은 행사를 만들게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고, 작은 상점을 가늘고 길게 이어갈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2) 황재민(2/W), <Painters by Painters>, 112p

3) 권시우, <무대화된 공간에서 장식 아닌 것들을 망상하는 방법>, 집단오찬 (https://jipdanochan.com/99?category=650941)

Posted by jipdano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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